코로나에 뉴욕시 중학교 입시 추첨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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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가 코로나 여파로 내년 중학교 입시를 추첨제(lottery)로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봄 주(州) 차원의 학업 성적 평가 시험이 치러지지 않았고, 재택 수업으로 출석 점수 산정이 불가능해지는 등 제대로 된 평가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그간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인종차별적 교육 시스템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와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동시에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시의 200여개 중학교(전체의 약 40%)는 그간 성적·출결·벌점·시험 점수 등을 고려해 중학교 입학 예정인 5학년 학생을 뽑아 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런 선별 작업이 불가능해진다. 한 학교에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이 몰릴 경우 추첨을 통해 입학생을 뽑아야 한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추첨제에 대해 “이는 정의롭고 공정한 변화”라고 긍정하며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내년에 국한된 정책이지만, 교육 당국의 정책적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코로나가 미국의 선별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뉴욕시 전체 학생 수는 약 100만명가량으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학군이다. 인종 구성비는 히스패닉(41%) 흑인(26%) 아시아계(16%) 백인(15%) 순이다.

하지만 좋은 학교에는 백인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역설이 벌어져 ‘인종차별’ 또는 ‘분리주의 교육’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교육 분야에서도 인종차별 문제가 화두였는데 그 연장선에서 나온 다양성 정책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흐름은 미국 곳곳에서 감지된다.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의 일부 명문 공립 고등학교들도 코로나 때문에 입학시험을 없앴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학교 이사회는 미국 최고 공립학교로 꼽히는 토머스제퍼슨 과학고등학교가 입학시험 대신 ‘전인적 평가(holistic review)’를 도입한다고 17일 발표했다. WP는 학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치가 코로나와 무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토마스제퍼슨 과학고는 올해 총 정원 486명 중 흑인 학생을 10명 미만으로 뽑은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질타를 맞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뉴욕 포스트는 26일 중학교 입시가 추첨제로 바뀌자 분통을 터뜨리는 부모 이야기를 보도했다. 5학년 아들 타비안을 코니 아일랜드에 있는 명문 중학교에 보낼 예정이었던 릴리 홈은 “할 말이 없다”며 “재능이 아닌 운에 맡기는 내년 입시는 사기”라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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