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공부하고 오면 10억 보너스”…중국계 유학생만 27만명 달해
중국 반도체 굴기의 또 다른 힘은 ‘글로벌 화교 네트워크’다. 전 세계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에 뻗어 있는 중국 출신 엔지니어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6일 미국 교육부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현재 27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다수 과학·테크놀로지·공학·수학(STEM) 전공자다.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 상위 50위 연구자 가운데 중국 출신 연구자가 상당수다. 백 교수는 “중국 출신 연구자들이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중웨이반도체(AMEC)의 창업자인 제럴드 인은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첨단 반도체 식각 장비를 연구한 엔지니어 중 70~80%가 중국 출신 유학생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유학한 중국계 엔지니어들은 일찌감치 미국내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표적 단체가 북미중국반도체협회(NACSA)다. 웨이퍼, 광학 장치, 시스템 반도체, 반도체 장비, 디자인 하우스, 소프트웨어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4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회장은 실리콘밸리 반도체 업체인 사이프러스 세미컨덕터의 아시아태평양 총괄매니저를 역임한 진보(金波)다.
그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은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여전히 미국, 대만, 한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핵심 인재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설계 구조가 단순하고 고객 수요 예측이 쉬운 메모리 반도체부터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막강한 미국 내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이른바 ‘두뇌 순환(brain circulation)’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추진한 반도체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치밍(Qiming)’이다. 해외에서 귀국한 반도체 전문가를 상대로 최대 500만위안(약 9억9425만원) 계약 보너스를 지급하고 주택 구매 보조금을 제공하며 소득세 감면, 가족 동반 정착 지원, 의료 및 교육 혜택을 주는 인재 유치 프로그램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2018년 경제·기술 스파이 활동을 막고자 미국 내 중국계 연구자를 감시하는 프로그램인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것과 맞물려 이뤄졌다. 미국의 감시는 관련 인력의 대규모 중국 이동으로 이어졌다.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경제·제도 연구 센터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해온 중국 과학자들의 귀국 비중은 2010년 48%에서 2021년 67%로 증가했다. 이들이 오늘날 중국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출처 : 매경미디어 빌리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