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땅 빼앗아 학문 전당 세웠나…美 대학들, 보상 골머리

전국 곳곳의 대학들이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들로부터 강제로 수용한 토지 위에 세워졌다는 비판과 함께 배상 요구를 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원주민 부족과 대학들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작업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150여 년 전 아메리카 원주민 11개 부족은 여의도 면적의 130배가량 되는 9만4천에이커(약 380㎢)의 땅을 헐값에 내놓아야 했다. 이는 미네소타 대학의 운영에 쓰였다.

이들 11개 부족은 미네소타대에 요구할 배상액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페와 부족의 후손인 앤 가라지올라는 "수억 달러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학교들이 오늘날 원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할 방법을 찾지 않고 있다"며 "배움의 전당으로서 그들의 존재는 빼앗긴 모든 것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원주민 부족과 이들을 돕는 연구자들이 찾아낸 결과를 상당 부분 인정하고 보상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민 사회의 움직임은 2020년 3월 독립 월간지 하이컨트리뉴스의 탐사보도 이후 거세졌다.

이 매체에 따르면 남북전쟁 중이던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 정부가 원주민 부족 땅을 수용해 대학 설립 종잣돈으로 쓸 수 있게 한 '모릴법'을 제정한 이후 250개 부족의 땅 1천70만에이커(약 6천880㎢)가 수용됐다.

이 법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는 15개 주에 걸쳐 98만7천에이커를 받은 코넬대였다.

코넬대는 원주민 사회에서 받은 모든 땅의 출처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대학의 조엘 말리나 대외협력 부처장은 "코넬은 이같은 역사 중심부에 있음을 인정한다며"북미 원주민 사회와 관계 구축과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스콘신대(매디슨)는 2021년 처음으로 캠퍼스에 호청크 부족의 깃발을 게양해 이 부족으로부터 땅을 수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캘리포니아대학은 일부 원주민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원주민 부족과 전문가들은 대학들의 노력도 실질적인 보상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카일 메이스 아메리카 원주민학 조교수는 대학들이 소수에게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실제 구조적인 변화는 전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 내 여러 주와 도시가 노예로 미주 대륙에 끌려온 아프리카계 후손들에 대한 배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배상에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메이스 교수는 "흑인과 원주민에 관한 배상 논의를 합치지 않으면서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정의를 찾을 가능성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레베카 초시 애리조나대 법학과 교수는 노예의 후손인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자치를 인정받는 독특한 그룹인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의 성격이 다른 만큼 양쪽에 대한 배상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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