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젊은 남성들, 대학 접고 일터로

미국 전역에서 대학교육을 포기하는 젊은 남성들이 대폭 늘면서 남녀 간 교육격차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학 진학률, 졸업률 등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크게 뒤처졌다는 의미다.

비영리단체인 전미학생정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의 2·4년제 대학생 가운데 59.5%가 여성이었다. 남성은 40.5%로 여성보다 19%포인트 적었다. 2021~2022학년도 대입 지원자도 여성이 380만5978명으로 남성(281만5810명)을 압도한다. 미국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대학생 연령대에서 여성의 인구비율은 49%이다. 여학생의 성적과 학생회 임원 비율도 더 높았다.

젊은 남성들이 대학교육에서 이탈하는 경향은 지난 40년 동안 벌어진 일이지만 최근 들어 더욱 급격해졌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2·4년제 대학생 수는 최근 5년 동안 150만명 이상 줄었는데 감소한 인원의 71%가 남성이었다. 2012년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여성의 65%가 2018년 이전에 졸업장을 취득한 반면 같은 기간 남성은 59%만 졸업했다. 소외계층의 교육기회 개선을 목표로 하는 펠 연구소 토머스 모텐슨 수석 연구위원은 “남성들이 눈에 띄게 빠르게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남성들이 대학에 가지 않거나 중도에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했다. 다니엘 브릴스(18)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스포티파이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거나 가상통화 투자 등을 통해 일주일에 500달러(약 58만원)를 벌고 있다. 그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려면 모를까 지금 나에겐 학교 밖에서 얻는 기회들이 더 유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대학이 막대한 학비를 내고 다닐 만큼 매력적인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19도 대학을 포기하는 원인이 됐다. 2019년 봄에 비해 2021년 봄에 대학에 등록한 학생은 거의 70만명 줄었으며, 남성은 78%나 감소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여성들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일자리를 포기하며 가계의 재정부담이 증가하자 다수의 젊은 남성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터로 나섰다고 WSJ는 분석했다.

에드 그로콜스키 주니어 어치브먼트 USA 부대표는 진로 지도가 부족하고, 교육이나 학문 등을 경멸하는 반지성주의 경향이 남성 청소년에게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남성의 고등교육 이탈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많은 남성들이 대학 학위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기준 백인 남성의 대학 진학률은 40~70%로 같은 소득대의 백인 여성(60~80%)은 물론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등 다른 인종 남성보다 대체로 낮았다.

남성을 성취에서 지체된 존재로 보고 특별히 지원해 끌어올려야 한다는 접근법은 미국 사회에서는 아직 낯설다. 이 때문에 남성의 고등교육 이탈을 문제로 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각종 난관에 부딪힌다고 WSJ가 전했다.

버몬트대학에서 2006년부터 정신건강 관련 상담을 해온 키이스 스미스는 “남학생이 음주나 마약 문제에 취약하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학내 남성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왜 특권층에게 더 많은 자원을 주느냐는 반발에 부딪혀 센터 건립은 무산됐다”고 말했다. 제를란도 잭슨 위스콘신 교육대학 교수는 “백인 남성 그룹도 뒤처지는 시대지만 국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백인 남성을 돕는 도구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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