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 학교에서 휴대폰 금지하자 벌어진 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란도 내 오렌지카운티가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면서 이를 두고 학생, 학부모, 교사 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란도의 오렌지카운티 내 공립학교에서 지난 9월부터 시행된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령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란도센티넬 등 현지 지역 매체 보도를 보면 오렌지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지난 8월 관내 모든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학생행동강령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부터 학생들은 등교 후에는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설정해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 수업 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됐다. 급하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 경우 교내 행정실에서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고 몰래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걸리면 휴대전화는 압수됐다가 하교할 때나 돌려받을 수 있다.

이는 앞서 플로리다주가 지난 5월 수업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 뒤 이뤄진 후속 조처다. 수업시간뿐 아니라 학교에 있는 동안은 아예 휴대전화를 쓸 수 없도록 더 강력한 ‘금지령’을 들고 나온 것이다.

수업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주 차원의 조처를 두고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미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추진했던 더 논쟁적인 정책들과 달리 휴대전화 금지령에 대해서는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지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과거 공립 학교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교육을 금지시킨 바 있다. 휴대전화 사용이 학생들의 학습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데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엔(UN) 산하 교육·과학 문화기구인 유네스코는 지난 7월 내놓은 ‘2023년 글로벌 교육 모니터’ 보고서에서 모바일 기기가 학생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해 학습을 방해하고, 사이버 괴롭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수업시간뿐 아니라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오렌지카운티 금지령에 대해 일각에선 지나친 조처라는 불만도 나온다.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대학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다는 한 12학년 학생은 뉴욕타임스에 “우리 선택에 책임을 지라고 가르치면서 우리가 선택을 하고 책임감을 배울 기회를 학교가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들은 학교가 “너무 감옥 같다”고 토로한다. 미술 시간에 자신이 만든 작품을 찍거나 휴대전화에 찍어둔 시간표 사진을 확인하거나 점심시간에 친구가 어디 있는지 찾거나 새로 사귄 친구의 번호를 저장하는 것도 불가능해져 불편이 크다고도 했다.

총기 사고가 빈번한 미국 사회 특성상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부모도 있다.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모에게 곧장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압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사라진 학교에 생긴 변화를 반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교사들은 복도에서 걸으면서도 휴대전화 화면만 쳐다보며 고개를 푹 숙이고 걷던 아이들이 이제는 다른 학생이나 교사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하게 됐다고 말한다. 다른 학생을 몰래 찍어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는 등의 사이버불링도 사라졌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 외에도 이런 순기능에 집중해 수업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카운티들이 늘고 있다. 미국뿐 아니다. 프랑스는 2018년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고, 영국에서도 대부분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된다. 네덜란드도 내년부터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지난 9월1일부터 수업 시간에 학생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교사가 주의를 준 뒤 휴대전화를 압수해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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