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학비 면제' 깜짝 개학 선물

쿠퍼 유니언대, 1년치 학비 4만4550불 반환

"2028년부터는 전교생 무료 교육 복원"

“졸업반 학생들은 남은 1년 동안 학비를 면제받을 것입니다.”

3일 뉴욕 맨해튼의 사립대학인 쿠퍼유니언 대학 강당에서 로라 스파크스 총장이 이렇게 말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일제히 손뼉을 쳤다. 이 대학의 오랜 전통이었던 전교생 학비 면제 제도가 10년 만에 되살아났음을 알리면서 이같이 밝힌 것이다. 현재 이 학교 모든 학생은 연간 평균 학비 약 4만4550달러의 절반인 2만2275달러를 장학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학기부터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학비 전액 면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학생들이 지고 있던 학비 부담은 아예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4년간 졸업반 학생은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되고 미리 납부한 돈이 있으면 돌려받는다. 2028년부터는 1학년부터 전교생이 무료로 수업을 받게 된다. 여느 공립학교들도 엄두를 못 내는 ‘무상교육’을 실현하게 된 쿠퍼유니언대는 19세기 미국 최고 갑부 중 한 사람이었던 기업가 피터 쿠퍼가 “교육은 누구에게나 숨 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처럼 제공돼야 한다”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1859년 설립했다. 건축·기술·예술 분야에 특화한 소규모 대학으로 이 분야에서 세계적 명문으로 꼽힌다. 캠퍼스는 맨해튼 동쪽의 다섯 채의 건물로 이뤄져 있고, 일반 대학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영장이나 체육관도 없다.

뉴욕시를 대표하는 ‘아이러브뉴욕’ 로고를 디자인한 밀턴 글레이저,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박물관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설계한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 등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도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가난한 노동계급 뉴욕 시민도 양질의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립자의 신념에 따라 학비 전액 면제는 이 학교의 오랜 전통이었다. 대학 소유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입과 동문 기부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했다.

그런데 2013년 10월 이 학교가 이듬해부터 150여 년간의 무상교육을 끝낸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학교 측은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1억7500만달러를 대출받았다가 매년 1000만달러의 이자를 물게 됐다”며 어려워진 재정 사정을 밝힌 바 있다. 이후 2017년 대학 총장을 새로 임명한 데 이어 2018년 재정 건전성 회복 계획을 마련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10년 안에 다시 학비 무료의 전통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이후 졸업생들을 상대로 신규 기부자를 늘리고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 자구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다시 학비 면제 제도 재개를 밝히게 된 것이다. 스파크스 총장은 “2028년부터 학비를 무료로 할 계획이었지만 올여름 세 명의 동문이 600만달러를 쾌척하면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출처 : 애틀랜타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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