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휴대폰 강제수거하자...“고개 푹 숙이던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자유의 국가’ 미국의 학교가 학생들의 휴대폰을 강제로 수거하기 시작했다. 청소년기 소셜미디어(SNS) 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다.
미국 학교들은 휴대폰 수거가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고 자평했다.
1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코넥티컷, 캘리포니아, 인디애나, 펜실베이니아주 등 미 전역의 학교들이 점차 학생들의 휴대폰을 수거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대폰 보관용 파우치를 만드는 업체 추산에 따르면 파우치를 주문한 학교의 수는 지난해 2000여 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이다.
등교하면 휴대폰을 내고, 하교할 때 받아가는 방식이다.
휴대폰 강제수거 조치가 미국 학교들 사이에서 늘어나는 이유는 미 의학계와 뉴욕시 보건당국이 제기한 경고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 청소년의 약 3분의 1은 소셜미디어에 빠져있는 사실상 중독 상태다.
심리학자이자 하버드대 의대 강사인 수잔 린은 “휴대폰은 최소 습관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중독되는 기기”라며 “휴대폰 중독은 우울감과 외로움과 높은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린은 “그런 휴대폰을 왜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질 수 있게 합니까?”라고 WP에 말했다.
미 학교들은 정책 시행 이후 긍정적인 변화들을 발견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지만 학생들은 수업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학생들 사이 다툼도 줄었다. SNS 콘텐츠를 두고 학생끼리 공격적인 언행을 주고받는 일이 사라졌다고 한다.
직접적인 소통이 늘면서 교우 관계도 원만화되고 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사귀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 중학교 선생님은 WP에 쉬는 시간 풍경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고개를 푹 숙인 모습에서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일탈’도 감소 추세다. 휴대폰으로 부적절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불특정다수에 공유하는 행위가 사라졌고, ‘담배 모의’도 줄었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 교감도 늘어났다. 또다른 학교 선생님은 “학생들과 만날 때 처음 하는 말이 ‘휴대폰과 에어팟을 치우라’는 말이 아니라 ‘좋은 아침’이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이같은 학교의 조치에 반발했고, 일부는 불안 증세까지 보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달라진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고 한다.
휴대폰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는 ‘긴급 연락’ 기능은 따로 마련해뒀다. 대부분의 학급이 최소 1개의 유선 전화를 교실 내에 뒀다.
부모들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선생님에게 연락할 수 있다. 휴대폰 보관 파우치는 잠겨 있지만, 면 소재라 긴급 상황에서 가위 등으로 자를 수 있다.
니콜 귀즈도프스키(14)는 여전히 휴대폰이 신경 쓰인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많은 걸 놓치진 않는다. 중요한 일은 학교 밖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