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학습한 초등생 성적 봤더니… 세 살 교육, 아홉 살까지만 갔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받은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의 장기적인 학업 성과 향상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교육을 받은 아이의 청소년기, 성인기 학업 성취도를 분석한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조기 교육을 받는 것이 단기적으로 학업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장기간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마거릿 버치널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 연구팀은 만 3∼5세의 유치원 입소 전 유아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기 교육 프로그램의 영향을 평가한 연구 결과를 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앞선 연구에선 조기 교육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듯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1997∼2003년 미국 보스턴 공립 유아원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을 분석한 연구에서 아이들은 고등학교 시험과 미국 대입능력시험(SAT)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11년 동일한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확인됐다.

그러나 연구팀은 아이들의 이 같은 학습 성과와 조기 교육 프로그램의 연관성을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 10년이 넘은 만큼 조기 교육 자체의 효과보다는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미친 환경적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조기 교육의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테네시 유아원이 실시하는 조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아이들의 학업 성취 향상이 초등학교 3학년(만 9세)까지만 관찰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2009∼2010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단기간 학업성취를 평가한 결과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를 이수할 즈음에는 읽기, 쓰기, 계산 평가에서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3학년이 되자 이러한 학업 성과 향상은 일부 과목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6학년(만 11세)이 되자 프로그램을 이수한 아이들 중 일부는 수학과 읽기 시험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학교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는 등 사회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시기에 관찰된 학습 성과나 사회 적응력이 이후에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조기 교육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영향을 부정하는 대규모 연구 결과도 주목된다. 2002년 미국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Head Start)’에 참여한 만 3∼4세 아동 4667명을 분석한 연구다. 분석 대상이 된 아이들은 테네시 유아원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단기적인 학업 성취도가 향상됐다. 1년 혹은 2년 과정의 프로그램을 거의 마칠 무렵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읽기와 쓰기 능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3학년이 되자 언어, 수학, 사회적 기술 등 세 가지 영역 중 어느 영역에서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조기 교육의 효과가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이어지는가에 대해선 과학적인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학업적인 성취보다는 일찍이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적·정서적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살피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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