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새로운 트렌드, '마이크로 크리덴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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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찰스 코크 파운데이션 (The Charles Koch Foundation)은 애리조나 주립대학에 천이백만 달러(약 138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코크 파운데이션은 고등 교육에 자주 기부해 왔는데 해당 기부금은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 계발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은 업계와 시장이 요구하는 특정한 기술을 단기간에 배울 수 있도록 소수의 강좌를 묶은 프로그램으로 지난 몇 년 사이 미국 대학들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미국 내 경기가 나빠지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은 직업과 직결되는 핵심 지식 및 기술만을 단기간에 획득할 수 있으며 대학으로부터 공식 수료증과 증명서도 발부받는다.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의 경우 자격증 취득에 꼭 필요한 과목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특히 인기가 높다.

미국에서 공식적인 대학 학위 (A bachelor's degree)를 따기 위해서 최소 120학점이 필요하다. 준학사 학위 (한국의 전문대학 학위와 유사)에는 60학점이 요구되지만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은 20학점 정도로만 구성되어 있다. 교양 과정은 없애고 실무와 직결된 필수 과목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이다. 복수의 프로그램을 수료해 학점을 채우면 정식 대학 학위도 받을 수 있다. 뷔페식당에서 구색 맞춤식 음식은 다 없애고 실속있는 메뉴만 내보이며 가격을 내린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아파트관리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21학점 (11강좌) 이 요구되는데, 재무, 고객관리, 주거용 건물의 마케팅 및 임대, 시설 관리 등의 강좌로 이루어져 있다.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은18학점(6강좌)으로 어린이 및 가족 복지, 영유아 커리큘럼 및 교육 환경, 어린이 발달 프로그램의 운영 및 리더쉽, 부모를 위한 어린이 양육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사 학위 과정을 끝내려면 약 4년이 걸리지만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은 2학기 만에 끝낼 수 있다. 1학점당 비용이 평균 약 300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수료 기간에 따른 비용 차이는 6,000달러 (약 700만 원) vs 36,000달러(약 4천2백만 원)로 어마어마하다.

많은 대학이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야 하는 학생들이나 단기간에 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 혹은 승진하려는 이들에게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은 큰 인기다.

미국 경제 연구소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코로나 사태로 실직한 노동자들의 재교육 목적으로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이 더욱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은 기술 지원 (technical support), 클라우드 기술 (cloud technology) 및 빅데이터 분석 등 갑작스럽게 인력 수요가 급증한 특정 분야 기술자들을 초스피드로 길러내기에도 적합하다. 미국에는 고졸보다는 높고 대졸보다는 낮은 학력을 요구하는 중간기능 직업들이 약 54%를 차지하는데,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들은 이런 직업들을 위한 준비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 폭증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애리조나 주립대학처럼 전통적으로 연구 중심을 내세우던 대학들에까지 마이크로 크리덴셜이 폭증하는 현상은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은 대학 교육의 유용성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회의감을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대학 신입생 중 4명 중 1명은 자퇴하고 재학생 40% 이상이 입학 후 6년이 지난 후에도 졸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갤럽의 연구에 의하면 대학졸업생들이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용주는 11%에 불과했다.

재학생 감소로 인해 재정 감소에 직면한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 계발 및 "판매"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물론 직업 교육과 훈련도 대학 교육의 중요 목표이기는 하다. 하지만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미국 대학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마이크로 크리덴셜 프로그램은 과연 대학 교육 고유의 사명은 무엇인지 또 현재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 대학의 존립가치를 납세자와 대중에게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한다.

출처 : E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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