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해지는 영국 학교 “스마트폰 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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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때 정숙 유지, 교실 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지각·무단 결석 금지….

영국 정부가 학교 내 질서와 규율을 바로 세우는 도전적인 교육 실험에 나선다. 지나치게 학생 중심으로만 흐른 진보적 교육 방식으로 인해 무너진 학교의 규율을 바로 세워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익히게 하고 학업 성취도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영국 교육부는 오는 9월부터 초·중·고에서 ‘품행 허브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모범 사례로 꼽히는 선도 학교 22곳을 개선이 필요한 학교와 연결시켜 주고, 전문가들을 투입해 벤치마킹 형태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3년간 500곳을 개선한다는 목표로 예산 1000만파운드(약 154억원)를 배정했다. BBC 등 현지 언론은 “수업 시간 때 정숙, 복도 내 좌측 통행, 스마트폰 사용 금지 같은 기본 규율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보다 교실 붕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에서 둘째로 큰 교사 노조인 영국여성교원노조(NASUWT)의 웬디 엑스턴은 지난 6일 BBC에 “마약과 폭력, 칼 사용과 같은 범죄가 교실에 넘쳐나고 있는 것이 영국 학교의 현실”이라며 “수많은 교사가 교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교실 정상화는 교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에 모범 학교로 선정된 학교들은 영국에서도 가장 엄격한 규율을 갖고 있는 학교로 꼽힌다. 수업 시간 정숙 유지, 지각이나 무단 결석 금지, 교실 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과 같은 기본적인 규칙을 강조한다. 이 학교와 문제 학교를 연결해주고 서로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강력한 징계도 권고했다. 개빈 윌리엄슨 교육부 장관은 “규율을 계속 깨는 불량 학생에게는 정학 또는 최후의 수단으로 퇴학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런 강한 징계 조치를 유지하는 교장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교내 품행 개선 프로그램으로 학업 성취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영국 교육청은 수년 전부터 “교실 내 질서의 부재가 학생의 학습 환경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일부 학교의 학생들은 하루 1시간, 1년에 최대 38일의 학습 시간을 잃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질서 정립을 강조했다. 교사들이 수업 시간 중 떠들거나 싸우는 학생,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 등을 훈육하느라 정상적인 교육에 할애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경고였다.

특히 사립학교와 달리 공립학교의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2015~2018년 공립학교의 34%가 ‘학생 행동 및 복지’ 항목에서 부적절 혹은 개선 필요 등급을 받았다고 밝히며 품행 프로그램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윌리엄슨 장관은 “학교 내 규율을 확립하면 자연스럽게 모두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윌리엄슨 장관은 프로그램 책임자로 교육부 ‘행동 고문’인 톰 베넷을 지목했다. 그는 ‘진보적인 교수법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넷은 2019년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1970년대 진보적인 교육 이데올로기의 확산이 현재 영국 학교의 ‘규율 실종’ 상황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학생 중심의 학습 방법이 주류가 되면서 교사는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과도하게 낙관적인 견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좋은 행동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겁다. 제프 바턴 학교대학협의회 사무총장은 “코로나로 인한 재택 수업 이후 다시 교실로 돌아온 학생들의 행동은 나빠지지 않았다. 학교는 정부의 ‘강의’에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러셀 어린이협회 대표도 “교육부는 학생 복지 같은 더 큰 문제에 신경 써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교사 노조인 NASUWT 사무총장 패트릭 로치 박사는 “이번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규율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데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특히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이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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