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넘버원' 과학고, 아시아계 합격생 줄었다...왜?

미국 내 18000여개 공립 고등학교 중 '최고의 학교'로 꼽히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기술 고등학교(Thomas Jefferson High School of Science and Technology, 이하 토마스 제퍼슨)'

미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이 학교는 U.S.뉴스가 선정하는 2021년 전국 고등학교 평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게 DNA 과학, 고급 해양생물학, 자동화 및 로봇 공학, 건축공학 및 디자인, 연구통계학 등 고급 과정들을 제공하며, 천문학, 천체물리학, 해양학, 지구물리학 등 15개의 전문적인 연구실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최고 과학고'라고도 불리는 이 학교는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이 운영하는데. 입학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지원자는 개별적인 입학 시험과 7학년까지의 학교 성적을 통해 1차 관문을 넘어야 하고, 그 후 에세이, 추천서 등의 2차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사회는 토마스 제퍼슨의 신입생들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의 구성이 예년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아시아계 입학생 비중이 뚝 떨어졌다. 민감한 '인종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전국적인 사회적 이슈로 확대됐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이 문제가 법정 소송으로 번진 것에 대해 보도했는데, 해당 기사에 1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신입생의 경우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학생의 수는 기존보다 증가한 반면 아시아계 학생의 수는 유일하게 감소했고, 이는 입학의 핵심 관건이 됐던 표준화된 시험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입시제도 변화로 저소득층 학생의 입학 비율도 높아졌다.

이에 'TJ를 위한 연합'이란 단체가 결성돼, 뉴욕과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비슷한 소송을 제기 중인 보수단체 퍼시픽 법률재단의 도움을 받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토마스 제퍼슨의 새로운 입학 절차가 아시아계 학생들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인종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안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학교의 새 입학전형이 인종을 차별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퍼시픽 법률재단의 웬 파 수석변호사는 "입학기준 변경은 인종을 염두에 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의 줄리 물트 대변인은 "새 입학전형은 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인종은 고려대상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이어 "학교별 상위 1.5% 내에서 선발된 지원자들의 인종은 심사위원회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소송에서 이들이 이길 경우 인종과 소득으로 학생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엘리트 공립 고등학교들의 노력이 물거품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마스 제퍼슨은 입학전형 개정을 통해 표준 입학시험과 100달러의 지원금을 없앴다. 또 최저 평균성적(GPA) 기준을 높이는 대신, 카운티 내 모든 중학교의 상위 1.5% 이내 지원자에게 합격증을 내줬다. 입학생 수도 480명에서 550명으로 늘렸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적어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토마스 제퍼슨 입학생을 배출하게 된 중학교들이 생겼다"며 "이번에 합격한 학생들은 성취도가 높고 학업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밝혔다. 지원자들의 평균 학점은 3.9로 지난 5년보다 높았고,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들의 평균 학점은 3.95 이상이었다는 설명도 내놨다.

스콧 브라브랜드 교육감(슈퍼인텐던트)은 "우리가 진정으로 형평성에 초점을 맞출 때 우리 학생들 모두가 빛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입학전형은 실력 중심이며, 입학 사정관들은 지원자의 인종과 성별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토마스 제퍼슨이 입학 제도를 바꾸면서 결과적으로 아시아계 합격자 비율은 유일하게 감소했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토마스 제퍼슨은 원서를 제출한 지원자 3034명 중 550명에게 입학 허가서를 내줬다.

입학 제도 변경 전인 전년과 비교할 때 흑인 합격자의 비중은 1.23%에서 7.09%로 늘었고, 히스패닉 학생도 3.29%에서 11.27%로 늘었다. 백인 합격자 비중도 17.70%에서 22.36%으로 높아졌다.

반면 아시아계 합격자 비율은 73.05%에서 54.36%으로 뚝 떨어졌다. 최근 5년간 아시아계 합격자의 비율이 △2016년 69.4% △2017년 74.9% △2018년 65.2% △2019년 72.9% △2020년 73.0% 등 매년 최소 65%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드러진 변화다.

참고로, 페어팩스 카운티 전체의 약 37%는 백인, 27%는 히스패닉, 20%는 아시아인, 10%는 흑인이다.

토마스 제퍼슨은 과거에도 인종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0년 6월 흑인 인권 문제가 전국을 휩쓸 당시 토머스 제퍼슨의 앤 보니타티버스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내 "1800명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흑인 32명과 히스패닉 47명만 있는 이유가 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특권에 대해 생각해 달라"고 촉구했다.

인종간 형평성에 대한 주 교육부의 문제제기와 미 민주당의 우려 영향에 결국 토마스 제퍼슨은 입학 정책을 바꿨다.

그러나 잡음은 계속 나오고 있다. 법정에서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학교의 한 이사진은 문제메시지를 통해 새 입시정책이 '반아시아적 정서'를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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