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놔두고 크롬북에 빠졌다…구글이 접수한 美교실 풍경
교육에 스며든 구글 생태계
웨이크 카운티의 공립학교에 아이들을 등록시킨 뒤 가장 먼저 한 작업 중 하나가 학생과 학부모 계정 생성이었다. 학생 계정은 교육청 맞춤형 구글 계정이었다. 아이들은 그 계정으로 구글 클래스룸과 교육청이 제공하는 각종 온라인 학습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구글 클래스룸 계정을 사용했다.
학교 내 디지털 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부모가 있다면 미리 그에 대한 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게 교육적 효과가 크다며 학부모를 설득하는 내용이 구구절절 이어진 뒤 '이래도' 반대한다면 알려달라는 식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책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크롬북도 빌려줬다. 다만 1인 1기를 제공하기엔 모자람이 있었는지, 개인 기기가 있다면 'Bring Your Own Device' 동의서에 서명하고 각자 가져오라고 권장했다. 우리 아이들은 처음에는 아이패드를 가지고 학교에 갔다가 크롬북이 더 편리하다며 학교 기기를 사용했다.
학교에서는 크롬북과 구글 클래스룸, 커리큘럼에 포함된 각종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수학 시간에 학급 인원의 절반은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나머지 절반은 구글 클래스룸에 접속해 선생님이 올려둔 수학 문제를 풀이하는 식으로 조를 나눠 활동하는 식이었다. 더 적은 인원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나머지 아이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디지털 기기를 보조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2017년에 크롬북이 휩쓴 교실 풍경을 두고 "변화가 너무 빠른 탓에 거대 IT 회사들의 교육 현장에 대한 투자와 개입을 감시할 틈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미 미 초·중등생 절반 이상인 3000만 명이 구글이 제공한 크롬북과 클래스룸을 이용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교실 풍경의 변화를 두고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으나, IT 공룡의 교육 투자는 코로나 19의 위기에 빛을 발했다.
확장된 구글 클래스룸
코로나 이전의 구글 클래스룸에는 담임 교사가 개설한 주요 교과목(영어, 수학 등) 클래스만 올라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는 교과목 전담 교사들의 클래스가 추가로 개설됐다.
영어와 수학 등을 담당하는 담임선생님 교실, 사서 선생님이 맡아서 운영하는 기술과 미디어, 그외 음악·사회·과학·체육·미술 등의 온라인 클래스가 열렸다. 구글 클래스룸의 장점은 방대한 구글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이다. 선생님들은 구글 슬라이드(프리젠테이션)에 교육 내용을 모아 올리거나 학생이 빈 칸을 채워넣게 과제를 낸다. 학생이 숙제를 완료하고 제출 버튼을 누르면 교사가 확인한 뒤 피드백 메시지나 댓글을 남겨준다. 클래스룸 안에서 급우들간 댓글 달기를 활용한 토론도 가능하다. 특정 형식의 파일을 교사가 미리 준비하지 않더라도 학생이 종이에 과제를 해서 사진을 찍어 올린다거나 구글의 각종 오피스 도구를 활용해 등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제출한 과제는 학생의 구글 드라이브에 차곡차곡 쌓인다.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수업에 만족감이 컸다. 종이보다 스마트기기에 필기하는 걸 좋아하는 큰 아이는 한국 학교에는 태블릿이나 스마트기기를 가져가서 수업에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구글 클래스룸은 누구나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자매가 온라인 클래스룸을 만들고 그걸로 놀이를 하기도 했다.
누구나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상을 접한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코로나 19는 기술을 교육적으로 잘 활용할 기회이기도 했다. 학교 교실에서 수업하는 게 가장 좋은 일이지만 새로운 재난은 언제든 닥칠 수 있고, 교육 역시 그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