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띄워 옆집 친구 답안 훔쳐보고 대리시험 맡기고
美 초등~대학 원격수업 장기화에 시험·숙제 부정행위 크게 증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격 교육이 장기화하는 동안, 미국 일선 학교에서 온라인 시험·숙제 부정행위(cheating)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서 생도 73명이 비대면으로 치러진 수학 시험 때 서로 모의해 답안을 베껴내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유사한 사례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 시각) “부정행위의 새로운 세대가 출현한 데 대해 교육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교육 붕괴의 단면을 조명했다.
미국 사회에서 요즘 가장 심각하게 거론되는 현상은 학교에서 과제를 내거나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 학생들이 이를 자신의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온라인 입찰에 부쳐 ‘대행’할 사람을 찾아 흥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과제의 난이도나 창의성에 따라 수십달러에서 수천달러를 호가한다고 한다. 숙제·시험 대행을 하는 개인과 업체가 지난해 팬데믹 와중에 수천 곳으로 늘어났다. 미국에선 숙제를 남이 대신 해주는 것도 심각한 부정행위로 본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한 과목 수강생 800명을 대상으로 시험 문제를 출제했더니, 이중 4분의 1인 200명이 문제를 그대로 복사해 온라인 입찰에 올린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 대학에선 이런 부정행위 적발 건수가 2019년에 비해 지난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텍사스 A&M 대학에선 지난해 부정행위가 전년도에 비해 50%, 펜실베이니아대에선 71% 늘었다고 집계했다.
각 학교에서 부정행위가 쏟아지다 보니 부정행위 감시 전문 업체들까지 성업 중이다. 이 업체들은 온라인 시험을 줌(화상 회의)으로 지켜보면서, 자리를 자주 뜨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제출한 과제·답안의 온라인 표절 여부를 검토한다. 시험을 보던 여학생이 자리를 뜬 뒤 긴 가발을 착용한 남성으로 바뀌어 돌아온다든지, 드론을 띄워 옆집 친구의 답안을 훔쳐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미 교수·교사들은 학생들이 이런 부정행위에 빠지는 것은 교실이 아닌 집에서 감시가 소홀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대면 환경 속에서 오로지 성적과 실적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고 대면 등교를 하더라도 학생들이 이런 부정행위 습관을 떨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