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소통 가르친 대학이 취업에 더 유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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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정보와 지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경제(산업)에 학생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대학들이 학생들을 훈련할 것이라 믿고 교육기관들을 의지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 발견된다. 아시아 국가들의 '대학교 의존도'를 보여주는 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 교육지표(OECD Education at a Glance 2020)가 있다. 해당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 성인들의 고등교육 학위 취득률이 평균치를 훨씬 넘었다. OECD 국가들의 25~34세 성인 고등교육 학위 평균 취득률은 45%인데, 한국 수치는 70%였다. 덧붙여 한국은 성인들의 고등교육 학위 취득률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지기도 했다. 2009~2019년 25~34세 성인의 고등교육 학위 취득률은 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OECD 국가들의 25~34세 성인 고등교육 학위 취득률의 평균 증가율과 같은 수치다. 일본은 2019년 25~34세 성인 고등고육 학위 취득률이 62%를 기록했다.

이렇게 고등교육 학위를 취득한 성인 비중이 높아졌지만 전 세계적으로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사람 중 대다수가 지식 경제 기반 일자리에 취직되기에는 자격이 부족하다. 다른 말로 하면 고등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이 실제 고용주들이 원하는 사람들의 능력과 맞춰져 있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학생들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어느 대학에서 어떤 전공으로 공부를 해야 자신의 꿈의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개인이 갈 대학과 전공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매우 어렵다. 기존 데이터는 과거 학생들의 경험과 취업률만 담기 때문이다. (현재 학생들에게 필요한) 고용 준비 상태(employment readiness)를 측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지원자들이 자사에 맞는 사람인지 평가할 때 각 후보들의 능력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과거 고용 경험에 의지해 자사에 들어올 사람들을 선택한다. 필자가 리서치 디렉터로 있는 IE의 리서치기관인 변화 거버넌스 센터(IE Center for the Governance of Change)는 IBM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과 함께 고용주들이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지식과 스킬이 무엇인지, 고등교육기관에서는 학생들이 해당 지식과 능력 습득을 위한 훈련을 얼마나 잘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해당 공동연구의 보고서 '고용주가 원하는 능력과 대학들이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습득하는 능력의 격차를 대학교들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How Universities Can Mind the Skills Gap)'는 올해 4월 발표됐다. 해당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1300만개의 구인광고와 3개 유럽 국가(영국, 스페인, 덴마크)에 있는 대학 학사 과정 수업의 강의계획서 50만개 이상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 강도(skill intensity, 한 수업당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기술량)'는 대학교에 따라 천지 차이였다. 해당 연구조사에 따르면, 일부 대학교들의 기술 강도는 약 3이었고, 다른 대학교들은 최대 25였다. 즉, 고용주들이 원하는 능력을 학생들이 갖추도록 만드는 데 대학교들의 '능력 차이'는 약 8배였다.

둘째, 설립된 지 50년이 안 된 사립대학들의 기술 강도가 설립된 지 오래된 대학들보다 더 컸다. 역사가 깊은 교육기관이라고 고용주들이 원하는 능력을 학생들에게 더 잘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셋째, 대학들의 기술 강도 차이를 일으키는 능력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특정한 분야에서 나오지 않았다. 대신, '문제 해결 능력'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의 보편적 능력(general skills)으로부터 기술 강도 차이가 나타났다.

해당 연구 결과를 통해 배울 점은 두 가지다. 첫째, 대학교 수업들의 '진짜' 역할을 알기 위해 대학교 수업과 관련해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돼야 한다. 그래야지 빠르게 변화하는 고용시장의 요구에 대학교 수업들이 맞춰가는지 알 수 있다. 현재 대학교 수업 내용들은 수십 년 전 고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현시점에서 고용 시장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둘째, 앞서 말했던 것처럼 대학교들의 기술 강도 차이는 크다. 이를 줄이기 위해 모든 대학교는 커뮤니케이션 등 보편적 능력 관련 수업들을 더 늘려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고용 시장이 변하듯 대학교의 수업 콘텐츠 역시 변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 경제는 향후 몇 년 동안 큰 변화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국가들이 지식 기반 경제로서의 변화 목표를 이루려면 대학교들이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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